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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M-5 자폐스펙트럼장애 (진단기준, ADOS평가, 심각도수준)

by noa-0 2026. 2. 2.

DSM-5 자폐스펙트럼장애 관련 사진
DSM-5 자폐스펙트럼장애

 

정신질환 진단의 국제 표준으로 자리 잡은 DSM-5는 2013년 미국 정신의학 협회(APA)가 발간한 진단 및 통계 매뉴얼입니다. DSM-5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 중 하나는 자폐스펙트럼장애(Autism Spectrum Disorder, ASD)의 통합적 진단 체계 도입입니다. 기존 DSM-IV에서 별도로 분류되던 자폐증, 아스퍼거증후군, 비전형 자폐 등을 하나의 스펙트럼으로 통합하면서 진단의 정확성과 일관성을 크게 향상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분류 체계의 개편을 넘어 자폐스펙트럼장애에 대한 이해의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합니다.

 

 

 

1. DSM-5 자폐스펙트럼장애의 진단기준과 핵심 특징

DSM-5에서 자폐스펙트럼장애는 신경발달장애로 분류되며, 사회적 의사소통의 지속적 결함과 제한적·반복적 행동 패턴이라는 두 가지 핵심 영역을 중심으로 진단됩니다. 진단을 위해서는 다섯 가지 기준(A~E)을 모두 충족해야 합니다.

먼저 A 기준에서는 사회적 의사소통 및 상호작용의 지속적 결함을 평가합니다. 이는 현재 또는 과거에 세 가지 요소 모두를 포함해야 합니다. 첫째, 사회-정서적 상호성 결함으로 대화를 주고받는 것이 어렵거나 감정과 관심을 공유하지 못하는 양상을 보입니다. 둘째, 사회적 상호작용을 위한 비언어적 의사소통 결함으로 눈 맞춤, 몸짓, 표정, 제스처의 이해와 사용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셋째, 관계 형성·유지·이해의 결함으로 사회적 맥락에 맞는 행동 조절이 어렵고 친구를 사귀거나 상상놀이를 공유하는 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B 기준은 제한적·반복적 행동, 관심, 활동 패턴을 다루며, 최소 두 가지 이상이 현재 또는 과거에 해당해야 합니다. 상동적·반복적 운동이나 물건 사용, 반향어와 같은 특이한 말투, 동일성에 대한 고집과 융통성 없는 일상 루틴 고착, 매우 제한적·고정된 관심사, 감각 과민 또는 둔감과 같은 감각 자극에 대한 이상한 관심 등이 여기에 포함됩니다. C 기준은 증상이 조기 발 달기, 즉 유아기에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며, 사회적 요구가 증가하면서 나중에 드러날 수 있음을 인정합니다. D 기준은 이러한 증상이 사회적·직업적·기타 기능 영역에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장애를 초래해야 하며, E 기준은 이러한 증상들이 지적장애나 전반적 발달지체로만 설명되지 않아야 한다고 명시합니다.

DSM-5의 혁신적인 점은 범주형 진단에서 차원형 진단으로 전환했다는 것입니다. 이전의 5축 구조를 폐기하고 모든 질병을 하나의 범주에 속하도록 구조를 변경했으며, 자폐스펙트럼장애의 경우 Level 1(지원 필요), Level 2(상당한 지원 필요), Level 3(매우 상당한 지원 필요)의 세 가지 심각도 수준으로 개인의 지원 필요 정도를 명확히 구분합니다. 이러한 스펙트럼 개념은 자폐증이 단일한 질환이 아니라 지능, 언어 수준, 증상의 정도에 따라 매우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음을 과학적으로 인정한 것입니다.

 


2. ADOS평가 도구의 구조와 임상적 활용

자폐스펙트럼장애 진단에서 가장 신뢰성 높은 관찰 기반 표준 도구는 ADOS(Autism Diagnostic Observation Schedule)입니다. 흔히 "금본위제(gold standard)"로 불리는 ADOS는 Catherine Lord 등에 의해 개발되었으며, 현재 가장 널리 사용되는 버전은 2012년 개정된 ADOS-2입니다. 이 도구는 DSM-5 기준과 완벽하게 맞물려 작동하며, 반구조화(semi-structured) 평가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ADOS-2의 핵심 특징은 검사자가 미리 정해진 활동, 즉 놀이, 대화, 과제를 유도하면서 자연스러운 행동을 관찰하고 기록한다는 점입니다. 주요 평가 영역은 사회적 상호작용 및 정서적 상호성(Social Affect), 의사소통(Communication), 놀이 및 상상력, 제한적·반복적 행동 및 관심(Restricted Repetitive Behaviors, RRB), 기타 이상 행동 등을 포함합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연령과 언어 수준에 따라 다섯 개의 모듈로 세분화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Toddler Module(T)은 12~30개월 유아를 대상으로 하며, Module 1은 최소 언어 수준의 어린이(단어 몇 개 이하), Module 2는 구어 문장 수준의 어린이, Module 3은 유창한 언어를 구사하는 아동·청소년, Module 4는 유창한 언어를 사용하는 청소년·성인을 대상으로 대화 중심의 평가를 진행합니다.

ADOS-2의 진행 방식은 매우 체계적입니다. 먼저 부모나 보호자와 사전 상담을 통해 적합한 모듈을 선택하고, 1대 1 세션에서 40~60분 동안 풍선 놀이, 그림책 읽기, 감정 이야기, 친구 관계에 대한 질문 등의 활동을 수행합니다. 검사자는 각 항목을 0~3점 척도로 코딩하며, 알고리즘을 통해 Social Affect와 RRB 점수를 합산하여 ASD cutoff 기준과 비교합니다. 또한 Comparison Score(비교 점수)를 제공하여 증상의 심각도와 연령 대비 수준을 평가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K-ADOS-2(한국판)의 타당도 검증이 완료되었으며, 객관성, 신뢰도, 타당도 모두 매우 높아 국제 연구 및 임상 표준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ADOS-2는 만능이 아닙니다. 단독으로는 진단이 불가능하며, ADI-R(Autism Diagnostic Interview-Revised) 등의 부모 면담, 발달 이력 조사, 임상 판단을 종합해야 정확한 진단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또한 숙련된 전문가, 특히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나 발달 전문가가 2~5일의 집중 훈련을 받은 후 시행해야 정확성이 보장됩니다.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는 한계가 있지만, ASD가 의심될 때 ADOS-2는 거의 필수적으로 포함되는 핵심 평가 도구이며, 조기 발견과 개입에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더불어 치료 전후의 변화를 측정하는 데도 매우 유용하게 활용됩니다.

 


3. 심각도 수준 분류와 조기 개입의 중요성

DSM-5에서 도입한 심각도 수준(Severity Levels) 분류 체계는 자폐스펙트럼장애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개별화된 지원 계획을 수립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심각도는 세 단계로 나뉘며, 각 단계는 필요한 지원의 정도를 명확히 구분합니다. Level 1은 '지원 필요(Requiring Support)' 수준으로, 사회적 어려움이 있지만 적절한 지원이 제공되면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한 경우입니다. Level 2는 '상당한 지원 필요(Requiring Substantial Support)' 단계로, 사회적 의사소통과 행동 양 영역에서 중등도의 어려움이 관찰됩니다. Level 3은 '매우 상당한 지원 필요(Requiring Very Substantial Support)' 수준으로, 사회적 의사소통과 행동 모두에서 심각한 장애를 보이며 일상생활 전반에 걸쳐 집중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심각도 수준 분류는 단순히 증상의 정도를 나타내는 것을 넘어 치료 계획 수립과 자원 배분의 근거가 됩니다. 예를 들어 Level 1에 해당하는 경우 사회적 기술 훈련과 인지행동치료를 중심으로 접근할 수 있지만, Level 3의 경우 집중적인 행동 중재, 의사소통 보조 기기 활용, 가족 지원 프로그램 등 종합적이고 다학제적인 접근이 필수적입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DSM-5가 지능이나 언어 수준과 무관하게 자폐스펙트럼장애가 진단될 수 있음을 명확히 했다는 것입니다. 지적장애가 동반될 수 있지만, 사회적 의사소통 능력이 발달 수준보다 더 저하되어야 한다는 조건을 통해 자폐스펙트럼장애의 고유한 특성을 보존했습니다.

조기 발견과 개입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DSM-5의 C 기준이 명시하듯 증상은 조기 발 달기, 즉 유아기에 이미 존재하지만 사회적 요구가 증가하면서 학령기나 청소년기에 비로소 명확히 드러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부모, 보육 교사, 소아청소년과 의사 등이 초기 신호를 민감하게 포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18개월~24개월 사이에 눈 맞춤 회피, 이름 불러도 반응 없음, 가리키기나 공동 주의(joint attention) 부족, 또래에 대한 관심 결여 등의 신호가 나타나면 즉시 전문가 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3세 이전에 집중적인 조기 개입을 시작한 경우 의사소통 능력, 사회적 기능, 인지 발달에서 유의미한 향상을 보이며, 장기적인 예후도 크게 개선됩니다.

DSM-5의 자폐스펙트럼장애 진단 체계는 과학적 근거와 임상 경험을 종합하여 개인차를 존중하면서도 명확한 기준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혁신적입니다. ADOS-2와 같은 표준화된 평가 도구의 활용, 심각도 수준에 따른 맞춤형 지원, 그리고 무엇보다 조기 발견과 개입의 중요성을 강조함으로써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가진 개인과 가족의 삶의 질 향상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있습니다.

 

 

 

 

 


- 결론

DSM-5의 자폐스펙트럼장애 진단 체계는 과거의 분절적 접근을 넘어 스펙트럼 개념을 도입함으로써 개인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동시에 객관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진단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ADOS-2와 같은 금본위제 평가 도구는 임상 현장에서 정확한 진단과 치료 계획 수립에 필수적이며, 심각도 수준 분류는 맞춤형 지원을 가능하게 합니다. 무엇보다 조기 발견과 개입이 예후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자폐스펙트럼장애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접근을 통해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