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스타를 먹으면서 체중 관리가 가능할까요? 저는 작년 가을, 이 질문에 "절대 불가능하다"라고 확신했습니다. 탄수화물을 완전히 끊었던 제가 한 달 만에 근육량까지 잃으면서 깨달은 건, 문제는 탄수화물 자체가 아니라 '언제, 얼마나 먹느냐'였습니다. 올림픽 선수촌에서 하루 파스타 450kg, 달걀 3000개가 소비되는 이유를 이해하고 나니, 제 다이어트 방식이 얼마나 잘못됐는지 보였습니다.
1. 근육 글리코겐, 탄수화물이 힘이 되는 이유
탄수화물을 적으로 여기는 분들이 많은데, 저도 그랬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탄수화물을 완전히 끊고 운동하니 평소 30분 뛰던 러닝머신을 15분도 못 버텼습니다. 트레이너는 "에너지가 부족해 보인다"며 걱정했고, 체성분 검사 결과는 더 충격적이었습니다. 체지방은 줄었지만 근육도 함께 빠진 것입니다.
여기서 핵심은 근육 글리코겐(muscle glycogen)입니다. 글리코겐이란 탄수화물 섭취를 통해 근육에 저장된 포도당 덩어리로, 근육이 힘을 쓸 때 사용하는 직접적인 에너지원입니다([출처: 대한체육회](https://www.sports.or.kr)). 특히 고강도 운동 시에는 근육이 글리코겐을 빠르게 소비하기 때문에 자주 보충해야 합니다.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선수촌에서 하루 450kg의 파스타가 소비된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트레이너의 설명이 정확했습니다. "탄수화물을 너무 제한하면 근육이 에너지원으로 분해됩니다." 근육 글리코겐이 고갈되면 몸은 근육 단백질을 분해해서 에너지를 만들어냅니다. 제가 살을 빼려다 오히려 몸을 망치고 있었던 겁니다. 운동 직후에는 탄수화물이 고갈된 글리코겐을 보충하는 데 쓰이지만, 운동하지 않으면 이 탄수화물이 체지방으로 전환되어 쌓입니다. 같은 음식도 타이밍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결과를 낳는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깨달았습니다.
2. 듀럼밀 파스타와 혈당지수의 차이
일반적으로 파스타는 다이어트의 적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종류와 조합이 더 중요했습니다. 올림픽 선수촌에서 사용된 파스타는 듀럼밀(durum wheat) 품종이었습니다. 듀럼밀이란 단백질 함량이 높고 혈당지수(Glycemic Index, GI)가 낮은 밀 품종으로, 일반 밀가루보다 영양학적 가치가 우수합니다.
구체적인 수치를 보면 차이가 명확합니다. 듀럼밀 파스타의 혈당지수는 55인 반면, 일반 밀은 70입니다([출처: 한국영양학회](https://www.kns.or.kr)). 혈당지수란 특정 식품을 먹었을 때 혈당이 얼마나 빠르게 상승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수치가 낮을수록 혈당이 천천히 오르고 에너지가 오래 지속됩니다. 저는 듀럼밀 제품을 선택하면서부터 운동 중 에너지 유지가 훨씬 수월해졌습니다.
네덜란드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 유타 레이르담은 "이곳의 파스타가 내 몸에 아주 잘 맞았다"라고 말했는데, 이는 단순한 개인 취향의 문제가 아닙니다. 장시간 고강도 운동을 하는 선수들에게 혈당 변동 폭이 완만한 탄수화물은 필수입니다. 저도 실제로 듀럼밀 파스타로 바꾼 후 운동 중간에 허기가 덜 느껴졌고, 30분 러닝을 다시 완주할 수 있었습니다.
3. 파스타와 달걀, 단백질 조합의 과학
탄수화물만 단독으로 먹으면 혈당이 급격히 올랐다 떨어지면서 금방 배고파진다는 의견도 있지만, 실제로 써보니 단백질을 함께 먹으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선수촌에서 파스타와 달걀이 항상 함께 등장한 것도 영양학적 설계였습니다.
단백질을 함께 섭취하면 소화와 흡수 속도가 완만해져 포만감이 오래 지속됩니다. 혈당 상승도 느려집니다. 달걀은 필수아미노산(essential amino acid) 9종을 모두 포함한 완전 단백질 식품입니다. 필수아미노산이란 인체가 스스로 합성할 수 없어 반드시 음식으로 섭취해야 하는 아미노산을 말합니다. 운동 후 근육 회복에 특히 중요한 영양소입니다.
제가 전략을 바꾼 후 실천한 조합은 다음과 같습니다
- 아침: 오트밀 + 삶은 달걀 2개
- 점심: 현미밥 + 닭가슴살
- 운동 후: 바나나 또는 고구마
- 파스타 섭취 시: 듀럼밀 파스타 + 달걀 또는 새우
2개월 후 체성분 검사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근육량이 회복됐고, 체지방은 더 줄었습니다. 무엇보다 운동할 때 힘이 넘쳤습니다. 근력 운동 무게도 늘릴 수 있었고, 트레이너는 "이제 제대로 관리하는 거다"라며 칭찬했습니다.
조지아 피겨 스케이팅 선수 글렙 스몰킨은 선수촌 식단에 불만을 드러냈지만, 개인적으로는 문제가 파스타 자체보다는 개인의 훈련 강도와 섭취량의 불균형이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올림픽 선수들이 체형을 유지하는 건 섭취량을 줄여서가 아니라, 훈련 강도에 맞춰 필요한 에너지를 정확히 공급하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무조건 적게 먹기"에 집착했던 게 가장 큰 실수였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탄수화물을 적으로 만든 것이 문제였습니다. "내 몸이 필요한 만큼 정확히 먹는 관리"를 몰랐던 제게, 올림픽 선수촌의 파스타는 중요한 교훈을 줬습니다. 음식을 배척하는 게 아니라 타이밍과 조합을 이해하는 게 진짜 다이어트라는 것. 이제 저는 죄책감 없이 파스타를 즐깁니다. 단, 운동한 날에만, 달걀이나 닭가슴살과 함께 말입니다. 성공적인 체중 관리는 극단적 제한이 아니라, 내 몸과 생활 패턴을 이해하는 데서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