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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의 차이 (승진, 물질, 관계)

by noa-0 2026. 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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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당신이 간절히 원하는 것, 정말 좋아하는 건가요? 이 질문을 처음 마주했을 때 저는 한참을 멈춰 서야 했습니다. 몇 년 전 승진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렸던 제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밤늦게까지 야근하고 주말에도 출근하며 그 자리를 쫓았는데, 막상 승진 발령을 받고 나니 기쁨은 일주일도 못 갔습니다. 늘어난 책임감과 회의 시간만 남았죠. 그때 깨달았습니다. 저는 승진 자체를 좋아한 게 아니라, 그것이 가져다줄 거라 착각했던 '인정받는 느낌'을 원했던 것입니다.

 

 

 

1. 승진을 원했지만 좋아하지는 않았던 이유

 

심리학에서는 '원함'과 '좋아함'을 완전히 별개의 개념으로 봅니다. 통계적으로 두 개념의 상관관계는 0에 가깝다고 합니다. 쉽게 말하면, 무엇을 원한다고 해서 그것을 꼭 좋아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뜻입니다. 처음 이 사실을 알았을 때 섬뜩했습니다. 평생 잘못된 목표를 쫓고 있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가장 극단적인 예가 약물중독입니다. 중독자들은 약물을 강렬하게 원하지만, 진심으로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의존도 때문에 갈망할 수밖에 없는 것이지, 그 결말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솔직히 이 비유를 읽고 나서 제 삶을 돌아봤습니다. 명품 가방, 최신 스마트폰, SNS 좋아요 수... 저 역시 이것들을 갈망하면서도 막상 손에 넣으면 공허함을 느꼈으니까요. 약물중독자처럼 끝없이 '다음 것'을 원하면서도, 진심으로 행복하지는 않았던 겁니다.

 

제 경험상 승진이 그랬습니다. 발령 직후의 기쁨은 금방 사라지고, 늘어난 업무량과 스트레스만 남았습니다. 주변에서 축하해 줄 때는 뿌듯했지만, 그 순간이 지나고 나니 '내가 정말 이걸 원했나?' 싶었습니다. 저는 직함을 좋아한 게 아니라, 그것이 상징하는 사회적 인정을 원했던 것입니다. 원함과 좋아함이 다르다는 걸 몸소 체험한 순간이었습니다.

 

 

2. 물질이 아닌 관계에서 찾은 진짜 행복

 

긍정심리학자 크리스토퍼 피터슨의 연구를 보면, 행복과 밀접한 조건들이 나옵니다. 감사, 낙관성, 몰입, 친밀한 관계, 자기 효능감, 유머, 봉사 같은 것들이죠. 흥미로운 점은 이 목록에 있는 것들은 모두 돈으로 살 수 없다는 겁니다. 더 주목할 만한 건, 이 모든 것이 대인관계에 기반한다는 사실입니다. 물질만능주의 시대에 역설적으로 진정한 행복은 '관계'라는 가장 오래된 가치에서 온다는 통찰이 깊게 와닿았습니다.

 

저한테도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승진 발표를 받던 그 무렵, 우연히 대학 동기들과 모임을 가졌습니다. 특별한 목적도 없이 그냥 밥 먹고 수다 떨었는데, 그날 밤 집에 돌아오는 길이 이상하게 기분이 좋았습니다. 승진 발표를 받던 날보다 훨씬 더요.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제가 진짜 좋아하는 건 직함이 아니라 이렇게 마음 편한 사람들과 웃으며 보내는 시간이었다는 걸요.

 

이 깨달음 이후 제 선택 기준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연봉 협상보다 퇴근 시간을 중요하게 여기게 됐고, 명품 가방보다 친구와의 여행에 돈을 씁니다. SNS를 보면서도 이 원칙을 떠올립니다. 인플루언서들의 화려한 일상을 보며 '저런 삶을 원한다'라고 생각하지만, 정작 저는 조용한 주말 오후 책 읽는 시간을 더 좋아한다는 걸 압니다. 최신 스마트폰을 사고 싶어 하면서도, 막상 사고 나면 일주일 만에 새로운 게 나왔다는 소식에 또 허전해지는 패턴을 이제는 알아챕니다.

 

 

3.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 찾는 법

 

이제 저는 의도적으로 질문합니다. "이걸 정말 좋아하나, 아니면 그냥 원하는 것뿐인가?" 이 질문 하나가 제 삶의 방향을 많이 바꿨습니다. 특히 큰 결정을 앞두고 있을 때 더 유용합니다. 예를 들어 새 직장 제안을 받았을 때, 연봉만 보고 결정하지 않습니다. 그곳에서 일하는 모습을 상상해 봤을 때 진심으로 즐거울 것 같은지를 따집니다.

 

한 가지 더 중요한 깨달음이 있습니다. 고차적인 가치들—관계, 감사, 몰입—에는 "원하지만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시간을 원하면, 실제로도 좋아합니다. 취미에 몰입하는 순간을 원하면, 그 시간이 정말 행복합니다. 이런 것들은 약물중독처럼 의존적으로 갈망하는 게 아니라, 순수하게 좋아서 추구하는 것들입니다.

 

솔직히 처음에는 이런 구분이 모호했습니다. 그런데 계속 질문하다 보니 명확해졌습니다. 원하는 것을 얻었을 때 기쁨이 일주일 이상 지속되는지, 그것을 위해 쏟는 시간 자체가 즐거운지를 따져보면 됩니다. 승진은 결과만 달콤했지만, 친구들과의 저녁은 과정 자체가 행복했습니다. 그게 차이입니다.

 

지금 당신이 간절히 원하는 것이 있다면, 한 번쯤 멈춰 서서 물어보시기 바랍니다. 그것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건지, 아니면 약물중독자처럼 잘못된 것에 집착하고 있는 건 아닌지요. 제 경험상 이 질문 하나가 인생의 우선순위를 완전히 바꿔놓을 수 있습니다. 원하고 동시에 좋아하는 것, 그게 결국 우리를 행복하게 만든다는 걸 배웠습니다. 물질이 아닌 관계에, 결과가 아닌 과정에 집중하기 시작하면서 제 삶은 훨씬 가벼워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