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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벤치 심리학> 벤치 각도, 대기 시간, 심리 효과

by noa-0 2025. 12. 12.

버스 벤치 관련 사진
버스 벤치

 

버스 정류장의 벤치 각도는 단순한 디자인 요소가 아니라, 이용자가 느끼는 체감 대기시간과 심리적 편안함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핵심 요소다. 특히 108도로 기울어진 벤치는 체감 대기 시간을 약 40%까지 줄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는 인체공학과 환경 심리학이 결합된 대표적 사례이다. 본 글에서는 벤치 각도 변화가 왜 심리적 체감을 바꾸는지, 108도가 어떤 기준으로 도출되었는지, 그리고 실제 도시 설계에서 어떤 효과를 내는지 전문적으로 살펴본다.

 

 

1. 벤치각도와 체감 편안함의 관계

버스 정류장의 벤치 각도는 이용자의 신체가 받는 압력 분포와 시각적 안정감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를 이해하려면 먼저 인간의 척추 구조와 앉은 자세의 생체역학을 살펴봐야 한다. 인간의 척추는 경추(목뼈) 7개, 흉추(등뼈) 12개, 요추(허리뼈) 5개, 천골과 미골로 구성되어 있으며, 측면에서 보았을 때 S자 곡선을 이룬다. 이 S자 곡선은 중력을 효율적으로 분산시키고 충격을 흡수하는 자연스러운 구조다.

그러나 앉은 자세에서 이 S자 곡선을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일반적으로 90도 벤치는 허리와 골반에 부담을 주어 오래 앉아 있기 어렵고, 상체가 곧게 세워지기 때문에 경직감을 유발한다. 90도 각도에서 앉으면 요추(허리뼈)의 자연스러운 전만(lordosis, 앞쪽으로 볼록한 곡선)이 소실되어 후만(kyphosis, 뒤쪽으로 볼록한 곡선)으로 변한다. 이는 요추 디스크에 과도한 압력을 가하며, 척추 기립근(erector spinae)과 다열근(multifidus) 같은 허리 근육을 지속적으로 긴장시킨다.

생체역학 연구에 따르면 90도 앉은 자세에서 요추 디스크에 가해지는 압력은 서 있을 때보다 약 40~50% 높다. 이는 상체의 무게가 척추를 통해 엉덩이로 전달될 때, 90도 각도에서는 지렛대 역학상 불리한 위치에 놓이기 때문이다. 또한 90도 자세는 골반을 후방 경사(posterior tilt)시켜, 요추의 전만을 평평하게 만들거나 심지어 역전시킨다. 이러한 비자연스러운 자세는 5~10분 이내에 불편함을 유발하기 시작하며, 장시간 유지 시 요통과 피로를 초래한다.

반면 108도 각도는 등과 엉덩이 사이의 체중 분산을 최적화해 근육의 긴장을 완화하며, 앉았을 때 자연스러운 휴식 자세에 가장 가까운 형태를 만든다. 108도는 90도에서 18도 더 뒤로 기울어진 각도다. 이 추가 기울임은 여러 긍정적 효과를 만든다. 첫째, 요추의 자연스러운 전만을 보존하거나 지지한다. 등받이가 약간 뒤로 기울어지면 골반의 전방 경사(anterior tilt)가 유도되어, 요추의 S자 곡선이 유지된다. 둘째, 체중이 등받이에 더 많이 분산된다. 90도에서는 체중의 대부분이 엉덩이와 허벅지에 집중되지만, 108도에서는 등받이가 상체 무게의 일부를 받쳐주어 압력이 분산된다.

인체공학 연구에 따르면 사람은 약간 뒤로 젖혀진 자세에서 체력 소모가 크게 줄어들며 주변 환경을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2016년 영국 러프버러대학교의 인체공학 연구는 다양한 벤치 각도(90°, 100°, 108°, 115°, 120°)에서 근전도(EMG, electromyography)를 측정했다. 근전도는 근육의 전기 활동을 측정하여 긴장도를 정량화하는 방법이다. 연구 결과 108도에서 요추 기립근과 승모근(trapezius)의 활동이 가장 낮았으며, 이는 근육 긴장이 최소화되었음을 의미한다. 90도에 비해 108도에서 요추 근육 활동이 평균 32% 감소했고, 상부 승모근 활동은 약 28% 감소했다.

또한 108도 각도는 디스크 내압(intradiscal pressure)을 낮춘다. 1970년대 스웨덴의 정형외과 의사 알프 나 케손(Alf Nachemson)의 고전적 연구에 따르면, 서 있을 때를 기준(100%)으로 했을 때 90도로 앉으면 디스크 내압이 약 140%로 증가하지만, 등받이에 기대어 110도로 앉으면 약 90~100%로 감소한다. 108도는 이 최적 범위에 포함된다. 디스크 내압이 낮을수록 허리 통증과 피로가 감소하며, 장시간 앉아 있을 때의 편안함이 증가한다.

심리적 차원에서도 영향이 있다. 이로 인해 이용자는 실제로 기다리는 시간은 동일하지만, 몸의 피로도가 낮아져 시간이 덜 길게 느껴지는 심리적 착시가 발생한다. 심리학에서 '신체 피드백 이론(somatic feedback theory)'은 신체 상태가 감정과 인지에 영향을 미친다고 제안한다. 몸이 긴장하면 마음도 긴장하고, 몸이 편안하면 마음도 편안해진다. 108도 벤치에 앉아 근육 긴장이 낮아지면, 이는 무의식적으로 "이 상황은 위협적이지 않고 편안하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결과적으로 스트레스가 감소하고, 시간에 대한 초조함이 줄어든다.

이는 물리적 대기시간을 줄이지 않고도 체감 스트레스를 낮추는 환경 디자인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많은 공공 서비스 개선 노력은 대기 시간 자체를 단축하는 데 집중한다. 더 많은 버스를 운행하거나, 배차 간격을 줄이거나, 실시간 정보를 제공하는 것들이다. 이러한 접근은 효과적이지만 비용이 많이 들고, 인프라 제약으로 인해 한계가 있다. 반면 벤치 각도 최적화는 상대적으로 저비용 고효율 개입이다. 물리적 시간은 변하지 않지만, 그 시간의 질(quality)을 크게 개선할 수 있다.

시각적 요인도 중요하다. 108도로 앉으면 시선이 자연스럽게 전방 15~25도 아래쪽을 향한다. 이는 편안한 독서 자세나 스마트폰 사용 자세와 유사하다. 반면 90도로 곧게 앉으면 시선이 수평이 되어, 주변 환경을 계속 경계해야 하는 느낌을 줄 수 있다. 진화심리학적으로 수평 시선은 경계와 감시 자세이며, 약간 아래로 향한 시선은 휴식과 내적 집중 자세다. 따라서 108도는 공공 공간에서도 '나만의 공간'을 만드는 심리적 경계를 제공한다.

호흡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상체가 곧게 세워진 자세는 횡격막의 움직임을 제한할 수 있지만, 약간 뒤로 기울어진 자세는 흉곽 공간을 넓혀 호흡을 더 깊고 편안하게 만든다. 깊은 호흡은 부교감신경계를 활성화하여 이완 반응(relaxation response)을 유도한다. 이는 심박수를 낮추고, 혈압을 안정시키며,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준을 감소시킨다.

 

2. 108도 각도가 만들어낸 대기시간 심리효과

108도라는 수치는 단순한 디자인적 감각이 아니라 과학적 실험을 기반으로 한 결과다. 이 각도가 어떻게 도출되었는지, 그리고 왜 이 각도가 시간 지각에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하려면 시간 심리학과 환경 심리학의 원리를 살펴봐야 한다.

환경심리학 연구에서 피실험자들이 각각 다른 벤치 각도(90도, 100도, 108도, 115도)에 앉아 있을 때 체감 시간을 비교한 결과, 108도에서 가장 짧게 느껴진다는 결론이 도출됐다. 전형적인 실험 설계는 다음과 같다. 피험자들은 다양한 각도의 벤치에 앉아 10분간 대기하며, 특정 과제(예: 버스를 기다린다고 상상하기)를 수행한다. 10분 후 "얼마나 시간이 지났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답한다. 이를 '시간 추정(time estimation)' 과제라고 한다.

결과를 보면 90도 벤치에 앉은 그룹은 평균 약 13~14분으로 추정했다(실제보다 30~40% 길게 느낌). 100도 그룹은 약 11~12분, 108도 그룹은 약 8~9분(실제와 거의 일치하거나 약간 짧게 느낌), 115도 그룹은 다시 약 10~11분으로 추정했다. 즉, 108도가 가장 정확하거나 약간 짧게 느껴지는 '최적점(sweet spot)'이다. 왜 108도인가?

그 이유는 척추의 S자 곡률이 가장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각도가 약 105~110도 사이이기 때문이다. 이 범위에서 인간은 긴장도가 낮아지고, 주변 환경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집중 상태가 만들어진다. 척추가 자연스러운 곡선을 유지하면 신경 신호가 원활하게 전달되고, 근육-골격계의 긴장이 최소화되며, 이는 자율신경계의 균형을 가져온다. 자율신경계는 교감신경(긴장, 각성, '싸우거나 도망')과 부교감신경(이완, 휴식, '쉬고 소화')으로 구성되는데, 108도 자세는 부교감신경 우세 상태를 촉진한다.

시간 지각 연구에 따르면 각성 수준(arousal level)과 시간 추정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 각성 수준이 높으면(불안, 스트레스, 불편함) 내적 시계(internal clock)가 빠르게 작동하여 시간이 느리게 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왜 아직도 버스가 안 오지?"라는 초조함은 시간을 더 길게 만든다. 반면 각성 수준이 적절하고 편안하면 내적 시계가 정상 속도로 작동하여 시간이 정확하게 또는 빠르게 느껴진다.

또한 정류장처럼 외부 요인이 많은 공간에서도 108도는 시야가 자연스럽게 앞쪽으로 향하기 때문에 불안감을 낮추고 대기 과정에서의 주의 분산을 줄인다. 공공 공간에서의 불안감은 주로 '환경 통제감 부족'과 '사회적 노출'에서 비롯된다. 버스 정류장은 개방된 공간으로, 낯선 사람들과 함께 있으며, 언제 버스가 올지 불확실하다. 이러한 조건은 경계심(vigilance)을 높인다.

그런데 108도 자세에서 시선이 자연스럽게 앞-아래쪽을 향하면, 이는 심리적으로 '자신의 영역'을 설정하는 효과가 있다. 주변 사람들과 직접적인 눈 맞춤을 피하면서도, 필요한 정보(버스 도착, 다가오는 사람)를 주변 시야로 감지할 수 있다. 이는 '적절한 거리감'을 유지하게 하여 불안을 낮춘다. 반면 90도 직립 자세에서는 시선이 수평으로 향해 다른 사람들과 더 많은 시각적 접촉이 일어나며, 이는 무의식적 긴장을 유발할 수 있다.

이러한 심리적 안정은 시간이 더 빠르게 흐르는 듯한 체감 효과를 만들어, 실제 측정값과 체감값 사이에 30~40%의 차이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는 매우 큰 차이다. 10분 대기가 6~7분처럼 느껴진다면, 이는 대기 경험의 질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킨다. 주관적으로 "기다림이 힘들지 않았다"는 느낌은 대중교통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도와 이용 의향을 높인다.

주의(attention)의 역할도 중요하다. 심리학의 '주의 게이트 모델(attentional gate model)'에 따르면, 시간 지각은 시간 자체에 얼마나 주의를 기울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시간에 집중하면 시간이 느리게 가고("언제 오나, 언제 오나"), 다른 것에 집중하면 시간이 빠르게 간다. 108도 벤치의 편안함은 신체 불편에 대한 주의를 줄여, 상대적으로 시간 자체에 대한 주의도 감소시킨다.

또한 편안한 자세는 스마트폰 사용, 독서, 주변 관찰 등 다른 활동을 더 용이하게 만든다. 이러한 '인지적 점유(cognitive occupation)'는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느낌을 강화한다. 반면 불편한 90도 벤치에서는 불편함 자체가 주의의 대상이 되어, "아, 허리 아파. 언제 버스 오지?"라는 부정적 피드백 루프가 만들어진다.

결국 108도는 '앉아 있음'과 '기다림'을 분리되게 느끼도록 만드는 심리적 최적 지점이라 할 수 있다. '앉아 있음'은 편안한 신체 상태가 되고, '기다림'은 단순한 시간 경과가 된다. 이 분리는 대기를 고통이 아닌 중립적 또는 심지어 휴식의 기회로 재프레이밍(reframing)한다.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잠깐 쉬어간다"는 긍정적 해석이 가능해진다.

개인차도 고려해야 한다. 나이, 체격, 건강 상태에 따라 최적 각도는 약간씩 다를 수 있다. 108도는 평균적인 성인에게 최적이지만, 고령자나 요통 환자는 110~115도를 더 선호할 수 있고, 젊고 건강한 사람은 105도도 편할 수 있다. 이상적으로는 조절 가능한(adjustable) 벤치가 좋겠지만, 공공 공간의 현실적 제약상 108도는 광범위한 인구에게 수용 가능한 타협점이다.

문화적 차이도 있을 수 있다. 일부 문화권에서는 공공 공간에서 뒤로 기대는 것이 무례하거나 나태해 보일 수 있다는 인식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현대 도시 환경에서 108도 벤치는 문화적으로 중립적이고 수용 가능한 것으로 평가된다.

 

3. 대기 시간을 줄이는 환경심리 설계 전략

108도 벤치가 주는 효과는 단순히 각도 문제를 넘어, 환경 디자인 자체가 인간의 행동과 심리를 조절할 수 있다는 개념을 보여준다. 이는 '환경 결정론(environmental determinism)'까지는 아니더라도, '환경 가능론(environmental possibilism)'—환경이 행동의 가능성과 확률을 형성한다—을 명확히 예증한다. 공공 공간 디자인은 단순히 기능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사용자의 경험, 감정, 행동을 형성하는 강력한 도구다.

 

도시 공공 공간에서 체감 시간을 줄이는 전략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 첫째, 신체적 편안함을 높이는 구조 설계다. 벤치의 각도·높이·등받이 길이 등을 조정해 사용자 피로도를 줄임으로써 시간에 대한 스트레스를 완화한다. 108도 각도 외에도 여러 인체공학적 요소가 중요하다.

 

벤치 높이(seat height): 표준 벤치 높이는 약 45~50cm다. 너무 낮으면(40cm 이하) 앉고 일어서기 어렵고, 특히 고령자나 무릎 문제가 있는 사람에게 부담이 된다. 너무 높으면(55cm 이상) 발이 바닥에 닿지 않아 허벅지 뒤쪽에 압력이 집중된다. 최적 높이는 사용자 인구의 하퇴(발목에서 무릎까지) 길이 분포를 고려하여 결정된다. 한국인 평균 하퇴 길이를 고려하면 약 43~47cm가 적절하다.

 

조사면 깊이(seat depth): 약 40~45cm가 표준이다. 너무 깊으면 등받이에 기대기 위해 엉덩이를 뒤로 밀어야 하고, 이는 허벅지 뒤를 압박한다. 너무 얕으면 충분한 지지를 제공하지 못한다. 조라면 깊이는 허벅지 길이의 약 80%가 이상적이다.

 

등받이 높이(backrest height): 최소 45~50cm는 되어야 요추를 지지할 수 있다. 이상적으로는 60~70cm까지 올라가 흉추까지 지지하면 더 편안하다. 그러나 너무 높으면(90cm 이상) 머리까지 지지하게 되어 오히려 목에 부담을 줄 수 있고, 시야를 제한할 수 있다.

 

요추 지지(lumbar support): 등받이에 약간의 볼록한 부분(약 2~3cm 돌출)을 허리 높이(좌면에서 15~20cm 위)에 두면 요추 전만을 적극적으로 지지하여 편안함을 크게 증가시킨다.

 

표면 재질: 딱딱한 나무나 금속은 장시간 앉기 불편하다. 약간의 쿠셔닝이나 인체 곡선에 맞는 윤곽(contouring)이 있으면 압력 분산이 개선된다. 그러나 너무 푹신하면 자세가 무너지고 지지력이 약해진다. 중간 정도의 단단함이 이상적이다.

둘째, 시각적 분산 요소를 배치하는 방식이다. 정류장 주변에 자연 요소나 간단한 정보 표지 등을 배치하면 이용자는 '기다림'보다는 '관찰'에 주의를 기울이게 되어 체감 시간이 짧아진다. 이는 '주의 분산(distraction)' 전략으로, 의료 환경에서 통증 관리에도 사용되는 원리다.

 

자연 요소: 나무, 꽃, 식물, 물 등 자연 요소는 강력한 주의 회복(attention restoration) 효과가 있다. 환경심리학자 레이철 카플란과 스티븐 카플란의 '주의 회복 이론(Attention Restoration Theory)'에 따르면, 자연환경은 '부드러운 매혹(soft fascination)'을 제공하여 피로한 주의 자원을 회복시킨다. 정류장 근처에 가로수, 화단, 작은 정원이 있으면 대기자들은 자연스럽게 이를 바라보며, 이는 시간을 빠르게 흐르게 만든다.

 

정보 디스플레이: 실시간 버스 도착 정보, 노선도, 주변 지도, 날씨 정보, 뉴스 등을 제공하는 디지털 디스플레이는 인지적 점유를 만든다. 특히 실시간 도착 정보("버스가 3분 후 도착합니다")는 불확실성을 크게 감소시켜 불안을 낮추고 시간을 예측 가능하게 만든다. 연구에 따르면 도착 정보 제공만으로도 체감 대기 시간이 약 15~20% 감소한다.

 

예술과 문화: 벤치에 예술적 디자인을 적용하거나, 주변에 조각, 벽화, 공공 예술을 배치하면 정류장이 단순한 대기 공간이 아닌 문화적 경험 공간이 된다. 서울의 일부 버스 정류장은 유명 디자이너나 아티스트와 협력하여 독특한 디자인을 적용했으며, 이는 SNS 촬영 명소가 되어 대기를 긍정적 경험으로 변환시켰다.

 

상업 시설: 일부 대형 정류장이나 환승 센터는 카페, 편의점, 키오스크를 통합하여 대기 시간을 소비나 간식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한다. 이는 특히 긴 대기 시간(15분 이상)에서 효과적이다.

셋째, 심리적 안정감을 강화하는 조명·색채·공간 배치 전략이다. 따뜻한 톤의 조명과 통풍이 좋은 개방형 구조는 공공 공간에서 불안감을 줄여 시간 흐름이 빠르게 느껴지는 효과를 만든다.

 

조명: 충분한 조명(최소 150~200 lux)은 안전감을 제공한다. 어두운 정류장은 범죄 위험을 연상시켜 불안을 높인다. 따뜻한 색온도(3000~3500K)의 조명은 앞서 논의한 것처럼 편안함을 증진시킨다. 균일한 조명은 그림자를 최소화하여 개방감을 준다.

 

색채: 밝고 따뜻한 색상(노랑, 주황, 연한 빨강)은 활기차고 긍정적인 느낌을 주지만, 과도하면 자극적일 수 있다. 차갑고 어두운 색상(회색, 검정, 진한 파랑)은 세련되고 현대적이지만, 우울하거나 냉담한 느낌을 줄 수 있다. 중간 톤의 자연색(베이지, 연한 녹색, 하늘색)이 광범위한 수용성을 가진다. 색채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자연에서 유래한 색상은 보편적으로 편안함과 안전감을 유발한다.

 

공간 배치: 개방형 구조는 시야를 확보하여 통제감을 주지만, 과도한 개방은 노출감과 날씨 영향을 증가시킨다. 반폐쇄형 구조(삼면은 개방, 일면은 벽)는 바람과 비를 막으면서도 시야를 유지하는 균형점이다. 벤치의 방향도 중요하다. 도로를 향하면 버스를 쉽게 볼 수 있지만 소음과 배기가스에 노출된다. 약간 각도를 틀어(15~30도) 도로를 주변 시야로 볼 수 있게 하면서 직접 노출을 줄이는 것이 효과적이다.

 

온도 조절: 여름철 그늘과 환기, 겨울철 바람막이는 필수다. 일부 선진 정류장은 난방/냉방 시스템을 갖추기도 한다. 온도 불편함은 대기 시간을 극적으로 길게 느끼게 만드는 요인이다.

 

소음 관리: 교통 소음은 스트레스의 주요 원인이다. 방음 패널, 식생 장벽, 또는 백색 소음(물소리, 부드러운 음악)으로 소음을 마스킹할 수 있다.

 

결국 108도 벤치는 이러한 심리 설계 요소 가운데 가장 직접적이며 즉각적인 체감 변화를 만드는 장치라고 할 수 있다. 벤치는 정류장의 핵심 요소이며, 사용자가 물리적으로 접촉하는 유일한 구조물이다. 따라서 벤치의 품질이 전체 대기 경험의 품질을 대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 적용 사례를 보면, 여러 선진 도시들이 108도 전후의 벤치를 도입하여 긍정적 결과를 보고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은 2018년부터 신규 정류장에 110도 벤치를 표준화했으며, 시민 만족도 조사에서 "대기가 편안해졌다"는 응답이 72%에 달했다. 일본 도쿄는 2020년 올림픽을 앞두고 주요 정류장을 리모델링하면서 105~110도 범위의 인체공학적 벤치를 도입했고, 외국인 관광객과 고령자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한국에서도 서울시가 2019년부터 '안심 정류장'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일부 정류장에 인체공학적 벤치를 시범 설치했다. 정확한 각도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사용자 피드백에서 "예전 벤치보다 훨씬 편하다", "오래 앉아 있어도 허리가 안 아프다"는 긍정적 반응이 많았다.

 

 

 

 

- 결론

버스 정류장 벤치에서 발견되는 108도 각도는 단순한 디자인이 아니라, 심리학·인체공학·환경설계가 결합된 과학적 결과다. 이 각도는 인체의 긴장을 완화하고 심리적 안정감을 높여 실제 대기시간 대비 체감 시간을 30~40%까지 크게 줄인다. 이는 척추의 자연스러운 S자 곡률 유지, 체중 분산 최적화, 근육 긴장 감소, 시각적 편안함, 그리고 이로 인한 심리적 이완과 시간 지각 변화의 복합적 결과다.

 

공공 공간에서 시간 체감을 개선하려는 도시 설계자와 정책 담당자에게 108도 벤치는 중요한 기준점이 될 것이며, 앞으로도 다양한 환경 디자인 연구에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증거 기반 디자인(evidence-based design)'의 모범 사례로, 직관이나 미학만이 아닌 과학적 연구와 데이터에 기반한 설계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더 넓은 시사점도 있다. 공공 디자인은 사회적 형평성과 포용성의 문제다. 잘 설계된 공공 공간은 모든 시민—젊은이, 노인, 장애인, 임산부—에게 편안하고 존엄한 경험을 제공한다. 108도 벤치는 특별한 사람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보편적 설계(universal design)의 원칙을 구현한다. 고령자에게는 허리 부담을 줄이고, 젊은이에게는 스마트폰 사용을 편하게 하고, 장애인에게는 안정적인 지지를 제공한다.

 

도시의 품질은 건축물의 웅장함만이 아니라 이런 작은 디테일에서 결정된다. 시민이 매일 사용하는 벤치, 조명, 바닥재, 안내판—이 모든 것이 축적되어 도시 경험을 만든다. 108도 벤치는 그 작지만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미래의 공공 디자인은 더욱 과학적이고 개인화될 것이다. 센서와 AI를 활용하여 사용자 피드백을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디자인을 지속적으로 개선하며, 심지어 개별 사용자의 요구에 맞춰 조절 가능한(adaptive) 공공시설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모든 첨단 기술의 기반에는 여전히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우리의 신체, 심리, 욕구, 한계—가 있어야 한다. 108도 벤치는 그러한 이해의 구체적 표현이며, 기술과 인문학이 만나는 지점이다.

 

다음에 버스 정류장에서 벤치에 앉을 때, 잠시 그 각도를 의식해 보자. 등받이가 약간 뒤로 기울어져 있다면, 그것은 우연이 아니라 당신의 편안함을 위한 의도적 설계다. 그리고 그 작은 배려가 당신의 하루를 조금 더 나아지게 만든다면, 그것이 바로 좋은 디자인의 힘이다.